일흔두번째 포스트: 다낭 휴가 후기 Part I. (feat. 숙박 전 호텔 이메일 발송이 필수인 이유)
다낭에서 보내드리는 크리스마스 휴가 후기입니다! 쉬어가는 느낌으로다가...
구조랄 게 없는 글입니다. 체크아웃한 뒤 호텔 바에서, 공항 라운지에서 의식의 흐름 & 시간의 순서대로 적은 글이니 가볍게 후루룩! 읽어주세요ㅎㅎ
항공권 발권
저는 마일리지 발권이 아니면 여행을 계획하고 떠나는 편은 아닙니다. 보통 스트레스 해소가 목적이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면 “아, 떠나야 하는 때가 왔구나.”하고 급하게 예약, 발권을 마치고 빠른 시일 내에 출국해버리는 편이죠. 올해 13번의 비행이 있었고, 이 중 발권과 탑승 사이 1달 이상의 텀을 가진 비행은 2번 뿐이었습니다.
이번 다낭행도 비슷한 루트로 시작되었는데요, 최근 일도 손에 안 잡히고 컨디션도 최악이라 어디든 다녀와야 했어요.
그렇게 휴가를 써야지, 써야지하면서 비행기를 찾아봤습니다. 역시 연말, 크리스마스라 항공 가격이 장난이 아니더군요. 따듯한 휴양지에 가고 싶은데 웬걸, 동남아 LCC 왕복이 저렴한 게 60… 체리피커로서 자존심이 있지 이 가격 내고는 못 가겠더라고요.
월, 화, 수 사흘 간 땡처리닷컴, 모두투어 공동구매항공권, 하나투어 땡처리항공권을 수시로 들락날락 했습니다. 조건은 3개였어요. 1. 이번주 주말을 끼고 다녀올 수 있는 곳 2. 항공권 30만원 이하일 것 3. 아코르 계열 호텔이 있을 것.
그렇게 하나투어를 통해 찾은 보석같은 표가 다낭행 아시아나 표였습니다. 당주 금요일 오후 6시 다낭 출발, 다음주 화요일 오전 5시 인천 도착 일정이라 금, 월만 연차를 쓰면 되는 회사원-프렌들리한 표였죠. 12월 베트남이 여행하기 좋은 때는 아니지만, 한국만 아니라면/한국보다 따듯하다면 어디든 오케이였습니다.
호텔 예약
앞서 아코르 계열 호텔이 있는 지역을 조건으로 적었던 건 제게 아코르 포인트가 약 30만원 어치 쌓여있었기 때문입니다. 급하게 떠나는 거니 기왕이면 돈을 최소한으로 들여서 가고 싶었어요.
다낭에는 4개의 아코르 호텔이 있어 조건을 무난하게 충족했습니다. 4개 중 제가 가기 싫은 곳을 소거하며 남는 곳을 예약했습니다.
가격은 기본룸 기준 프리미어 빌리지가 약 80만원, 풀만이 약 20만원, 노보텔 약 15만원, 그랜드머큐어가 8만원. 프리미어 빌리지 예산 초과로 탈락 (12월 말 기준 가격)
프리미어 빌리지, 풀만이 바다에 위치해있고, 노보텔과 그랜드 머큐어가 도심에 위치. 휴양 가고 싶은 거지 도시뷰 보고 싶은 게 아니므로 노보텔, 그랜드 머큐어 위치 이슈로 탈락
남는 게 풀만이었죠ㅎㅎ 문제는 풀만 룸 레잇이 제 생각보다는 높았고, 이 때문에 베트남에 밤 10시 넘어서 도착하는 첫날 밤은 공항 근처 아주 저렴한 숙소(1박 2.2만원, AIRPORT Homestay)에서 묵고, 나머지 2박을 풀만에서 잡았습니다. 풀만은 박당 18만원으로 총 36만원 중 30만원은 포인트, 6만원은 현금 결제했습니다.
전 풀만에서 가장 저렴한 객실인 슈페리어룸(상기 사진 참고)을 예약했는데요, 기본룸인데도 최대 숙박 4인의 42제곱미터 크기의 프라이빗 발코니가 있는 좋은 객실입니다.
다만 제게 룸 업그레이드 혜택을 제공하는 아코르 티어가 있다는 점(놀랍게도 저는 플랫이 아니라 골드입니다), 베트남이 현재 비수기라는 점 때문에 무조건 룸 업그레이드가 되리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때문에 기왕이면 한단계 업그레이드가 아닌 서너단계는 업그레이드를 받고 싶었어요.
호텔에 요청 사항 메일 보내기
풀만 다낭 리조트의 룸 타입을 조사하고 후기들을 쭉 읽어본 결과, 가장 묵고 싶은 룸은 코티지(Cottage)룸이었어요. 코티지룸은 말이 ‘룸’이지, 사실상 프라이빗 빌라나 다름 없는데요, 아래 사진이 코티지룸입니다.
개인 정원과 야외 공간, 프라이빗한 담장과 개방감 있는 화장실, 넓직한 방까지, 2박3일 간 제 무기력을 완치해줄 공간으로 완벽했습니다.
요청할 룸이 정해졌으니 메일을 보낼 차례겠죠? 한가지 짚고 넘어가자면, 업그레이드를 원하시는 룸이 명확하다면 사전에 객실 업그레이드 요청 메일을 반드시 보내야 합니다. 당일 체크인을 통해 원하는 룸으로 업그레이드가 될 가능성은 매우 낮거든요. 이는 호텔들의 룸 업그레이드 티어 혜택의 원칙이 기본적으로 1단계 높은 룸으로의 업그레이드이기 때문입니다.
1단계 업그레이드 원칙을 깨기 위해서는 1) 요청 사항이 준비될 수 있는 충분한 시간, 2) 담당 직원과의 라포 형성. 이 두가지가 필요합니다.
대개 룸 업그레이드가 거절될 때 들으시는 멘트는 ‘방이 없다’입니다. 실제로 룸이 없기도 할 것이고, 여러분보다 높은 티어를 가진 분들의 요청에 대비해 여유분으로 남겨둬야 하는 방도 있을 겁니다. 이때 1번, 준비 시간 제공은 이 방이 없다는 핑계를 막기 위한 조치입니다. 해당 룸에 대한 예약을 막든, 타 손님에게 업그레이드해주지 않고 여유 룸을 확보해주든 미리 우리에게 할당시킬 룸을 준비할 여유 시간을 주는 것이죠.
문제는 여유 시간이 주어졌다고 해서, 담당 직원이 저희에게 무리해서 룸 업그레이드를 제공할 의무는 물론 동기가 없다는 겁니다. 이 동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2번, 라포 형성입니다. 라포 형성은 너무 개인적일 필요는 없습니다. 형식적으로라도 이 호텔에 가지는 기대, 이번 여행이 갖는 의미(생일이든, 기념일이든 거짓말이라도 하세요!), 룸 업그레이드가 이번 여행에 얼마나 큰 영향을 줄지 등의 내용을 과장스럽지 않게 보내주시면 됩니다. 해당 내용을 읽은 직원은 몇번 간의 이메일 대화를 통해 (적어도 처음보다는) 룸 업그레이드에 협조적으로 변할 겁니다.
돌아가서, 저는 항공권과 호텔을 예약한 당일인 수요일(18일, 체크인 사흘 전)에 아래와 같은 내용의 메일을 보냈습니다.
다낭 첫 방문이라는 점, (특정 이벤트) 기념 여행이라는 점, 골드 및 플러스 멤버라는 점을 어필했습니다. 룸 업그레이드는 사진을 함께 첨부하며 명확히 코티지 룸을 요청했고, 밤 11시 비행기라는 점을 들어 가능시 레이트 체크아웃도 부탁한다고 했죠.
이후 몇번의 메일이 더 오갔고, 몇번의 밀당이 있었습니다.
첫 메일 이후 룸 업그레이드는 가능할 시에만 제공이 가능하다는 원론적 답변이 왔습니다. 저는 당연히 이해하고, 그럼에도 코티지 룸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주면 감사하겠다고 메일을 보냈습니다. 지속적인 어필! 중요합니다.
레이트 체크아웃의 경우 오후 6시 체크아웃시 객실 1박 요금을 추가로 지불(내가 호구인 줄 아나ㅠ)해야 한다는 황당한 답신이 왔고, 저는 가능시 오후 4시까지 레이트 체크아웃을 제공한다는 아코르 골드 멤버 혜택을 첨부해 4시 체크아웃을 요청하는 메일을 보냈습니다.
이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소득이 있었습니다. 호텔에서 골드 멤버 혜택으로 단순 셔틀이 아닌 개인용 리무진 픽업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었는데요, 저는 덕분에 공항 주변 호텔 - 풀만, 풀만 - 공항으로 편하게 이동했습니다. 픽업 장소, 시간 당연히 제 마음대로 정할 수 있었어요.
남은 이야기는 다낭 휴가 후기 Part II. 에서 찾아뵙겠습니다 :)
리무진을요…!!???